전시 <초록 소리> 고덕동에 보내는 노래
Editor | 윤마디
고덕동의 하루를 노래해요
안녕하세요. 10월 평면도 스튜디오에는 저의 첫 개인전 소식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본 두 곡의 노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이번 전시에서는 평택, 그중에서도 고덕동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소리’로 발견하고 기록한 프로젝트를 보여드릴거예요.
(1-1,2,3) 배다리 저수지에서)
저는 작년부터 자연을 관찰하면서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어요. 그러다 봄에 고덕동에 작업실이 생기면서 자연 뿐 아니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지요.
저는 보통 하루 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밥 때가 되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개울 건너 호수공원에 산책을 다녀와요. 그렇게 반년 동안 한 동네 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고덕동에는 자연의 소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2-1,2) 고덕동 삼성전자 동네)
새벽에 새들이 아침을 영차 영차 끌고 오면 곧이어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소리, 버스와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 앞이 갑자기 북적거려요. 저녁이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늦은 밤에는 술 한잔하며 나누는 이야기나 버스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리고요.
특히 공장 주변의 숙소 동네에는 묘한 어수선함이 있어요.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숙소 생활을 하는 곳이니까요. 아무래도 ‘먹고’ ‘자고’를 위한 시설 위주로 있죠. 사람들이 일하러 떠난 낮에는 거리가 한산하다가 늦은 밤이 되면 하나둘씩 모여들고, 주민 구성은 가족과 학생들 보다는 남성이 대부분이예요. 저는 아직도 거리를 걸을 때 조금 긴장이 돼요.
(3) 삼성전자)
이 풍경을 반년쯤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분들 진짜 착실하다.
아무 연고없는 타지에 와 지내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매일 정말 성실하게 일하잖아요.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어수선하게만 보였던 동네가 조금씩 규칙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루’라는. 태양과 달 사이에 자연의 시간표가 있듯이, 여기 사람들에게도 출퇴근 사이에 식사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시간표가 있었어요. 이 동네 안에서 자연과 사람의 시간표가 나란히 흘러가고 있는 거예요.
(5-1,2) (메이킹 영상,사진)
1.
<또 하루> 하루가 밥 시간으로 흘러가는 동네
이번 전시에 고덕동의 하루 이야기를 아예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싱어송라이터 김종우님에게 부탁해서 두 곡을 함께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연휴에 잔디밭에 앉아서 메이킹 영상을 찍었답니다.
종우님이 저한테 물었어요.
종우: “이런 내용의 노래를 어떻게 생각해보게 된 거예요?”
나: “고덕동은 하루가 밥 시간으로 흘러가요. 삼성전자 공장의 3교대 출근과 퇴근 시간, 그 사이에 세 끼 밥 시간으로 하루가 나눠진 것 같아요.
제가 거기서 작업실에서 밤샌 적이 몇 번이 있는데 다섯시면 출근으로 붐비더라고요. 잠이 덜 깨서 막 꿈뻑꿈뻑 하면서 걸어가시는 분들도 있고 차,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전기 자전거.. 온갖 운송 수단이 다 한 곳을 향해서 달려가요.”
종우: “다섯시에요?”
나: “네. 네시 반부터 북적북적해서 5시에 출근을 하시는 거죠. 진짜 참새들이 눈 뜰 시간에. 그리고 11시가 조금 지나면 저 멀리서부터 부릉부릉 큰 소리가 들려요. 전세 버스들이 사람들을 싣고 와서 식당 앞에 내려주거든요. 사람들은 밥을 먹고 평상이나 파라솔 아래 잠깐 늘어져 있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고요.
그러다 저녁 5시쯤 되면 또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저녁 시간이랑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도로에서 매드맥스 소리가 나요. 여기저기서 왕왕왕왕왕왕왕왕 달려오는 거죠. 퇴근하는 차들, 식당 전세버스, 배달 오토바이들이.”
종우: “그 소리가 아침이랑 달라요?”
나: “네. 저녁 5시 소리에는 그날의 열기가 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 몸에 열기도 아직 식지 않았고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그리고 저녁이면 땅이 데워졌잖아요. 그런 기운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종우 : “밤이 되면요?”
나 : “편의점 앞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어요
“아 형님 서운해요.” “아우야 그게 아니라~”
이런 소리가 들려요. 저는 또 무슨 얘기 하나 창문에 딱 붙어서 듣곤했어요. 싸움구경이 재미있잖아요. ㅎㅎ 공장 안에서는 같은 시간표 속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시지만, 밤이 돼서 술 한잔 걸치면 인간성이 다 드러나는 대화를 하는 게 재밌는 거예요.”
이렇게 제가 본 고덕동의 하루가 첫 번째 노래〈또 하루〉가 됐어요. 새벽에 눈 뜨는 새들과 출근하는 사람, 점심 먹으러 왔다 가는 사람들, 퇴근길의 시원한 바람과 늦은 밤 귀뚜라미까지. 사람의 시간표 사이로 자연의 시간이 계속 같이 흘러가는 노래예요.
오늘도 이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네
저기 저 꾀꼬린 나를 보며 인사하네
늦잠을 잤더니 눈 잘 안 떠지네
어떻게 알았는지 참새들이 재촉하네
오늘도 배꼽시계 점심을 가리키네
아기 오리처럼 난 버스에 줄을 섰네
오늘의 메뉴는 든든한 제육이네
산책 좀 하라는지 벌들이 길 안낼하네
퇴근길 바람이 내 머리를 빗어주네
하소연을 핑계로 술잔을 부딪히네
깜깜한 밤길을 당당히 걸어보네
어떻게 알았는지 귀뚜라민 노래하네
기획·컨셉|마디 / 작사·작곡·노래|종우
(6) 악보 노트
(7 (메이킹 영상)
2.
<여보세요> 버스 안에서.
종우 : “두 번째 노래 〈여보세요〉는 조금 더 늦은 시간의 이야기예요.”
나 : “그분들 퇴근 시간이 저도 퇴근 시간이나 마찬가지였죠. 저도 매일 작업하다가 녹초가 되어서 거의 막차를 타면, 오후조 10시에 퇴근하신 분들이 차례차례 올라타요. 그리고 지제역으로 같이 가는거죠.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지제역에서 내려서 다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또 어딘가로 가는거예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전화하는 걸 가만히 듣곤 했어요. 그분들 목소리만 들리니까 상대방이 누굴까 이런 상상도 하고.”
“여보세요. 응 퇴근했지. 가고 있어. 먹었지. 그래 주말에 가보자.”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잖아요. 매일매일에 일어나는, 그 시간대에 물을 수 있는 안부들. 한 사람이 통화하는 것만 저한테는 들려오는데, 약속을 잡는 설레는 대화가 아니라 으레껏 하는 얘기인거죠. 그때는 그 지친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렸었는데. 종우님이 노래를 만들어주니까 ‘여보세요’ 소리가 왠지 따뜻했던 것 같고. 그 이유가 저는 그 시간에 그렇게 통화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오늘 하루 잘 보냈는지, 언제 잘 건지, 밥 먹었는지 이런 거를 저는 그렇게 누구랑 나누는 때가 아니었어서, 저 사람은 수화기 건너편에 매일 하루를 같이 마무리하는 누군가가 있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점이 인상깊었던건가 싶기도 해요.”
저는 완전히 관찰자로 보고 들은 것만 종우님에게 전해줬었는데, 노래가 완성돼서 돌아왔을 때 재미있었던 점이, 종우님은 아예 그 사람의 입장에서 가사를 썼더라고요. 제가 목소리를 듣고 있었던 사람이 노래 안에서는 직접 “여보세요” 하고 말을 걸고 있었어요. 저는 못 보았던 그 사람의 감정이 멜로디와 기타 코드 안에 있었고요.
나: “종우님이 노래를 그 사람 입장에서 써주셨어요. 버스에 앉아있던 그 사람에게 한 발짝 들어간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종우님이 갑자기,
종우: “오늘은 마디가 그 사람이 되어보세요.”
나: “네?”
종우: “노래 불러볼까요?”
그래서 제가 진짜 그 사람이 돼서 노래를 불러봤어요.
나 오늘도 잘 살았네
여보세요 밥은 먹었어
우리 이렇게 볼 수 없어도
서롤 맘으로 안아주지
나 오늘도 잘 살았네
여보세요 오늘 어땠어
우리 이렇게 만날 수 없어도
서롤 맘으로 안아주지
기획·컨셉|마디 / 작사·작곡·노래|종우
(8) 악보노트
(9) (버스 1451 (지제역에서 고덕동 가는 길)
고덕동에 바치는 노래
처음에는 여기까지 생각 못했고, 고된 노동을 치뤄낸 몸을 매일 보다 보니까, 아, 이 사람들 정말 착실하다. 타지에 나와서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런 감상이 생긴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종우님과 노래로 만들어보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두 곡을 고덕동에 바치는 작은 찬사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이 노래를 들으면 조금 기운이 났으면 좋겠고,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나 오늘도 잘 살았네”라는 말이 조금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10)
우리가 왜 이런 노래를 만들게 됐는지, 제가 직접 노래를 불러본 메이킹 영상이예요. 그리고 10월 24일 토요일, 전시장에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11월 평면도 스튜디오 기사에서는 전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초록소리 : 거기에 있어요》
*기간 10월 15일(목) –28일(수) (1시-7시)
*행사 (매주 토요일 2시): 오프닝 10/17, 공연 10/24 )
*시민 참여 워크샵 - 소리 드로잉 (매주 금,토요일2시 ) : 10/16,17, 23,24 )
*휴무(일요일) 10/18, 25
*장소 경기도 평택시 고덕여염6길 89
고덕동 이야기니까 고덕동 주민들이 오며가며 들러주시면 좋겠어서, 갤러리가 아니라 고덕동의 작은 도서관에 전시를 열어요. 2주동안, 점심부터 저녁시간까지 문을 열어둘게요.
평면도스튜디오 에디터 윤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