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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1인칭 프로젝트 연구과정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1인칭 프로젝트 연구과정

Editor | 그담
2026. 6. 25. | 평택시문화재단 2층 세미나실
한 사람이 온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문장이었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프로그램과 교구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1인칭 프로젝트 연구과정'은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을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6월 25일, 평택시문화재단 2층 세미나실에서는 '1인칭 프로젝트 연구과정' 여섯 번째 워크숍이 진행됐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들은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한 공간에 모여 팀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며 프로그램을 수정·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발표 수업이 아니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날 사람들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과정이었고, 질문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1인 가구를 위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평택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1인칭 프로젝트 연구과정'은 2024~2025년 교육과정을 수료한 기획자들이 다시 모여 1인 가구를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심화 과정이다. 사업의 목적은 참여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통해 1인 가구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재와 교구를 개발하며, 지역 기관과 협력해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연구과정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 개발 → 시연 및 비평 → 기관 파견 → 과정 공유라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 먼저 국내외 사례를 분석하며 1인 가구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연구하고, 대상에 맞는 콘텐츠와 교재·교구를 개발한다. 이후에는 서로의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비평하며 수정·보완하고, 배다리도서관과 청년지원센터 등 지역 기관에서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지막에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을 다시 공유하며 다음 연구로 이어간다. 연구와 실행, 회고가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이 과정의 특징이다. 6월 25일 워크숍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의 만남 3 – 기획의 상호작용' 단계였다. 이날의 목표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획을 듣고 질문을 던지며 현장에서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함께 다듬는 데 있었다.

연구는 나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워크숍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지난 5월 21일 연구과정이 떠올랐다.
두 번째 차시였던 '한 사람과 나'에서는 프로그램보다 먼저 기획자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임은빈 작가는 나로부터 출발한 서로를 입체적으로 보살피는 예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좋은 문화예술교육은 대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했고, 그 과정은 곧 앞으로 만나게 될 참여자를 이해하는 연습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다. 한 달이 지난 6월 25일, 그 질문들은 조금씩 프로그램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활동지와 교구는 달라졌지만, 중심에는 여전히 '한 사람'이 있었다.

문해주 작가의 관계를 만드는 '감자 독서모임'

이날 워크숍에서는 문해주 강사이자 작가의 실제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작가는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가장 오래간다고 말했다. 사례로 소개한 것은 자신이 운영해 온 '감자 독서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몇 사람이 함께 책을 읽는 작은 모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자들은 단순히 독서를 함께하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었고, 이후에는 학교와 마을을 직접 찾아가 읽은 이야기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이어 '감자예술캠프', '동등한 감자'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문화예술교육은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은 공간 안에서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마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기획자가 모든 것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참여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점에 깊은 공감을 보였다.

한 사람을 만나는 방법들

이날은 팀별 프로젝트 발표도 이어졌다. 청년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팀은 '환대'를 키워드로 삼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장이나 영화 대사를 통해 서로를 추측하고, 포스트잇에 그림과 색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간단한 다과를 함께 나누며 각자의 작업을 벽에 붙여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간을 계획했다. 청년 프로그램은 처음 만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추측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처음 만난 사람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르신 프로그램은 '한 사람 × 한 사람 = 친구'라는 문장에서 출발했다. 첫 만남에서는 이름을 쓰고 작은 점을 찍으며 서로를 기억한다. 이후에는 동네를 함께 산책하며 평소 지나쳤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길에서 발견한 돌이나 나뭇가지, 작은 사물을 작품으로 연결한다. 걷고, 이야기하고, 만들고, 함께 웃는 시간. 혼자였던 시간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것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좋은 프로그램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한 팀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하는 활동을 제안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오마주가 예술교육에서 활용될 수 있는가.
-하지만 생존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까.
-참여자가 결국 따라 그리기에 머무를 수도 있다.
-작품보다 작가가 던진 질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토론은 단순히 저작권에 관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창작은 무엇인지, 교육은 모방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점까지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누군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보다 그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하고, 참여자 자신의 경험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데 많은 공감이 모였다. 좋은 프로그램은 재미있는 활동 하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

저녁 9시가 가까워질 무렵, 세미나실 곳곳에는 열기와 참여자들이 채집해온 풀냄새가 가득 쌓여 있었다. 교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프로그램도 계속 수정될 것이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술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날 가장 많이 이야기된 것은 교구도, 활동지도 아니었다. '한 사람'이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시작할지, 예술은 그 만남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이날 연구과정은 답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오는 7월부터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배다리도서관과 청년지원센터 등 지역 기관에서 실제 참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고민은 이제 현장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한 기획자가 에디터에게 로즈마리 한 줄기를 건네주었다. 돌아오는 길, 바지 주머니에서는 은은한 로즈마리 향이 계속 맴돌았다. 향은 이날 연구과정과 닮아 있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래 남는 것. 좋은 프로그램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화려한 교구보다 한 사람을 먼저 들여다보는 마음.그 마음이 관계를 만들고, 예술을 만들고, 결국 사람을 만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