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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걷는 평택의 작은 이야기 여행

아이와 함께 걷는 평택의 작은 이야기 여행

Editor | 그담
아이와 함께 걷는 동네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길과는 조금 다르다.
익숙한 공원도, 시장도, 바다도
아이에게는 처음 보는 풍경이 된다.
우리는 공간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머무르고, 바라보고, 질문한다.
이번 글에서는
누구나 아는 대형 쇼핑몰이나 체험시설이 아닌
평택의 소소한 공간들을 따라
아이의 시선으로 걷는 작은 이야기 여행을 제안한다.
거창한 체험이 아니라
그저 멈춰 보고, 발견하는 시간.
어쩌면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배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지역의 작은 공간에서도
아이와 가족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작은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평택 탐방가이자 교육 전문가인 에디터가
생활문화 교육의 길을 제안해본다.
이 여행의 시작은, 장당초등학교 1학년 장윤우 학생의 손글씨에서 출발했습니다.

1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공간, 평택석정근린공원

경기도 평택시 장당길 66 20-2
평택석정근린공원은 장당동 일대에 최근 조성된 공원이다.
평택에서 보기 드문 숲길을 품고 있으며,
기존 산의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조성된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어린이공원에 자리한 거대한 사슴 놀이시설은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다.
공원은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만
아이에게는 매번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
나무껍질의 무늬를 손으로 따라가고,
흙길의 감촉을 느끼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을 한참 바라본다.
“이 나무는 왜 이렇게 생겼어?”
질문 하나가 시작되면
그 순간 공원은 놀이터가 아니라
하나의 관찰실이 된다.
이곳에서 아이는
정답이 아닌 시선을 배우기 시작한다.
작은 활동 제안
나무껍질의 무늬를 손으로 만져보고 선으로 따라 그려보기 → “용 비늘 같아!” “초콜릿 과자 같아!”
같은 나무를 서로 다른 색으로 표현해보기 → ‘햇빛초록’, ‘비 오는 초록’처럼 자신만의 색 이름 붙여보기
마음에 드는 나무에 이름 붙이고 이야기 만들어보기 → 잠꾸러기 나무, 사슴이 숨은 나무
나와 키가 비슷한 나무 찾아보기 → 사진을 찍거나 손을 뻗어 비교해보기
공원 속 사슴 조형물 관찰하기 → 사슴은 몇 마리일까? → 가장 마음에 드는 사슴의 표정이나 자세 따라 해보기

2

사람과 물건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공간, 통복시장

경기도 평택시 통복시장로25번길 10
통복시장은 평택역 인근에 자리한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다.
한국전쟁 이후 평택의 중심 기능이 이 일대로 옮겨오며 형성되었고,
현재까지 사람들의 일상과 먹거리, 생활용품이 모이는 공간으로 이어져 왔다.
시장은 어른에게는 바쁜 공간이지만
아이에게는 가장 풍부한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다.
쌓여 있는 과일의 색,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
아이들은 그 모든 것을
빠르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아이는 이곳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법을.
작은 활동 제안
오늘 시장에서 발견한 색 5가지 기록하기 → 귤주황, 생선은색, 시장천막파랑처럼 자신만의 색 이름 붙여보기
사람들의 움직임 빠르게 스케치해보기 → 걷는 사람, 물건을 고르는 손, 계산하는 모습 등을 짧은 선으로 표현해보기
마음에 드는 시장 간판의 글씨 따라 그려보기 → 가게마다 다른 글씨 모양과 분위기 관찰해보기
만원으로 가장 사고 싶은 물건 하나 직접 골라보기 → 왜 그 물건을 선택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기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정해 이야기 만들어보기 → 이 물건은 어디에서 왔을지 상상해보기

3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공간, 수도사와 원정리목장토성

수도사: 경기도 평택시 호암길 58
원정리목장토성: 경기도 평택시 여술로 47
조용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이 움직인다.
수도사는 원정리 봉화산에 자리한 사찰로,
원효대사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효대사는 7세기 신라의 승려이자 사상가로,
불교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5학년 사회 역사 영역에서
통일신라와 불교 문화 학습과 연결해 다루기 좋다.
돌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아이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여기에는 누가 있었을까?”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원정리목장토성은 도심의 생활 공간과 공존하는 독특한 유적지다.
고려시대 국가에서 운영하던 목장과 관련된 곳으로 군마를 기르던 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뚜렷한 성곽의 모습보다 완만한 지형과 흔적으로만 남아 있어
이곳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상상하며 읽는 공간에 가깝다.
아이들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듯,
이 공간에서는 풍경을 읽는다.
작은 활동 제안
이곳에 살던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상상해보기 → 말을 타던 사람, 절을 찾던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기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아이의 말로 바꿔보기 →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일 수도 있어!”처럼 표현해보기
오늘 본 풍경을 짧은 동화로 만들어보기 → 토성 위를 걷는 아이 이야기, 산속 절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등 자유롭게 상상해보기
돌계단이나 흙길의 모양 자세히 관찰해보기 →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그림이나 선으로 표현해보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하나를 골라 이름 붙여보기 → 바람계단, 조용한 성벽, 생각숲처럼 자신만의 장소 이름 만들어보기

바다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공간 권관항

경기도 평택시 서동대로 67
권관항은 현덕면 권관리에 있는 작은 포구다.
조선시대부터 어장이 형성되었고
어업 활동이 이어져 온 지역이다.
평택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지만
바다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권관항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포구로
온전히 바다를 바라보고 머물기 좋은 장소다.
바다 앞에 서면
아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수평선을 따라 눈을 움직이고,
천천히 드나드는 배를 한참 바라본다.
“저 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아이의 질문은
가까운 것에서 먼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공원에서 시작된 관찰은
시장에서는 사람으로,
조용한 공간에서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바다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으로 펼쳐진다.
아이에게 바다는
세상을 상상하는 가장 큰 화면이 된다.
작은 활동 제안
수평선을 최대한 단순한 선으로 그려보기 → 바다가 가장 넓어 보이는 위치 찾아보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 색 표현해보기 → 낮바다, 노을바다, 흐린날 바다처럼 색의 차이 관찰해보기
항구에 있는 배를 보고 이야기 만들어보기 → 어디로 가는 배인지, 누가 타고 있을지 상상해보기
바다에서 들리는 소리 기록해보기 →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바람 소리를 글이나 그림으로 남겨보기
가장 마음에 드는 바다 풍경 한 장면 기억해보기 → 사진 대신 직접 짧게 스케치하거나 색으로 표현해보기

마무리

체험이 아니라 발견이다
아이와 함께 걷는 하루는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작은 발견의 연속이다.
공원에서 멈춰 서고,
시장에서는 바라보고,
조용한 공간에서는 상상하고,
바다 앞에서는 멀리 바라보는 일.
이 모든 과정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는
생활문화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저 지나쳐 왔을 뿐이다.
다음에는
조금 천천히 걸어도 좋겠다.
아이의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