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활문화 과정공유 기록 - <일상풍년>
Editor | 꼼지
평택에서 생활문화로 살아온 사람들의 한 해가
늦가을의 들판처럼 한 곳에 펼쳐졌습니다.
누군가는 오랜 손기술로, 누군가는 동네 사람을 만나려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기록과 사진으로, 또 누군가는 한 끼의 음식으로.
자신의 생활문화를 지키며 살아낸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바라본 자리.
<일상풍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기억하는 공유회였습니다.
전시물보다 사람이 보이는 기록으로
전시장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사람의 시간을 비춰보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책, 사진, 캘린더, 뜨개 작품, 기록노트, 손글씨, 영상…
그 모든 결과물 너머에는 올해를 버텨낸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잘 만든 건 아니지만 오래 했다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작품의 기술이나 완성도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걸 만든 사람의 시간과 감정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전시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바라보는 순간.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로
샌드아트, 꽃 비즈 팔찌, 어르신 레시피 키트 등
체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로 작동했습니다.
아이 옆에서 엄마가 고리를 달아주고, 서로의 색을 추천해 주기도하며,
어르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아이와 학생들이 조용히 들어주는 장면.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보다
서로를 바라보고 도와주는 순간들이 훨씬 더 깊게 남았습니다.
회의보다 격려로
긴 식탁에 마주 앉아
올해의 시행착오, 기쁨, 지친 순간, 뿌듯했던 장면들을 나누던 시간.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누가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우리의 활동을 누군가 기억해준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네트워크는 계획 회의가 아니라 격려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숫자가 아닌 꾸준함으로
생활문화는 인원 수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성과 지표로 평가되지도 않았습니다.
그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 괜찮은 속도로, 때로는 아주 천천히라도
꾸준히 이어왔던 활동들이
서로에게 발견되고 축하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
작은 꾸준함들이 모여 한 해를 풍년으로 만든 시간.
우리에게 남은 한 문장으로
행사가 끝나고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빈 물병과 체험 도구를 정리하며
누군가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보여주려고 준비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 위로받는 자리였네요.”
그 한마디가
〈일상풍년〉의 모든 장면을 설명해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생활문화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이 서로에게 남아줄 때 비로소 생긴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또 다른 일상을 지켜주는 내년을
조용히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번 공유회는 화려한 무대나 거대한 결과물이 중심에 서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생활문화를 이어온 사람들의 시간이 조용히 놓여 있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체험 테이블에서 나눈 짧은 대화에서,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던 네트워크 시간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던 건
‘우리가 혼자서 한 해를 버티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생활문화는 언제나 거창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살게 하고, 이어지게 하고, 다시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 작고 단단한 힘들이 서로를 향해 흐르는 장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아마 내년의 생활문화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지치고, 때로는 흔들리고, 그래도 다시 이어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믿음.
그 마음이 또 한 번의 일상풍년을 데려오기를,
그때도 다시 함께 웃으며 한 해를 건네기를,
그 바람을 조심스레 여기에 남겨둡니다.
— 〈일상풍년〉 기록 에디터, 평택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 고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