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변해가는 합정주공의 풍경 속, 아직 살아있는 골목의 하루를 기록하다.
Editor | 사르준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덤프트럭과 시멘트차, 철근 구조물을 끌어올리는 크레인. 그 맞은편에는 아직도 따스함과 정겨움이 남아 있는 조용한 삶의 공간이 있다. 이곳은 변화와 기억이 공존하는 현장, 합정주공이다.
합정동의 이름은 ‘조개터’를 뜻한다. 조선시대, 백량천과 소사천 인근에 조개류가 풍부했던 자연 마을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1789년에 편찬된 호구총수에도 등장할 만큼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마을이기도 하다. 1989년 10월, 합정주공아파트 1~4단지가 순차적으로 건립되며 합정동은 급속히 아파트 중심의 주거지로 변모했다. 특히 3단지는 1992년 4월 입주가 시작된 저층(6층) 영구임대아파트로, 총 10개 동 480가구 규모로 조성되었다. 같은 해 11월, 4단지는 13개 동 684가구 규모로 준공되었으며 lh가 시공을 맡았다.
현재 합정주공 1~2단지는 힐스테이트 평택역 센트럴시티 라는 이름으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 사업명 : 평택 합정주공 835번지 일대 주택재건축정비사업
- 공사기간 : 2024년 6월 ~ 2027년 5월 (약 36개월 예정)
그렇다면 3, 4단지는 왜 재개발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토지(필지) 문제다. 3단지(영구임대)와 4단지(분양임대)가 하나의 필지로 묶여 있어, 필지 분리 없이는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 문제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풍경과, 여전히 살아 있는 하루가 함께 자리하는 공간
이처럼 합정주공은 지금 사라져가는 풍경과 여전히 살아 있는 하루가 함께 자리하는 공간이 되었다. 굴착기의 팔이 오래된 벽을 허물고 땅을 파헤칠 때, 이곳을 지나다녔던 수많은 발자국도 함께 사라지는 듯하다. 그러나 집은 허물어져도 흙 속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이곳 재개발단지 역시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언젠가 합정주공 처럼 우리의 기억 속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공사현장 주변 인도를 안전상 휀스를 쳐놓았다.
안전상의 구조물 설치가 무더운 여름 햇빛을 가려줘서 너무 나이스 했다.
흩날리는 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모습
햇볕이 드는 마당에는 고양이가 늘어져 있고, 난간에는 누군가의 옷가지가 걸려 있다. 여유롭게 산책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는 할머님들. 오래된 단지의 세월은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합정주공의 하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더위와 일상에 지칠 때, 이곳을 거닐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합정주공의 거리처럼 오늘도, 속한 곳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남아있음을 느낀다. 합정주공의 풍경은 언젠가 우리의 기억 또는 앨범 속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지켜내는 힘이 될 것이다. 낡은 벽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 우리는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합정주공의 하루는 그 질문을 우리 곁에 남긴다. 합정 주공의 길을 걸으며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첫 보금자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번지던 공간. 언젠가 그 골목과 길이 사라져도, 그 기억을 함께 나눈 우리 안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